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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JOY/주변여행

노란 치마 휘감고 연분홍 연지 찍고 목포 ‘유달산 개나리’

by FELUCCA 2008 2008. 4. 5.
                           노란 치마 휘감고 연분홍 연지 찍고 목포 ‘유달산 개나리’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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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이 개나리꽃으로 단장한 노란 치마를 입었다. 부두의 새악시처럼 아롱 젖은 옷자락엔 화사한 겹동백꽃과 수줍은 미소의 벚꽃으로 수를 놓았다. 백옥처럼 하얀 피부의 목련꽃이 뚝뚝 떨어진다. 노적봉의 원한과 삼학도의 전설을 품은 유달산이 애잔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형형색색의 불빛은 목포의 눈물처럼 항구를 흐른다.

항구도시 목포는 다도해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다.

노란 물감으로 유달산 산자락과 여염집 울타리에 개나리꽃을 그리고 푸른 물감으로 캔버스를 덧칠하면 목포의 봄이 완성된다. 목포의 야경은 더욱 몽환적이다. 오색물감을 듬뿍 찍어 산과 도시를 채색한 후 바닷물에 붓을 씻으면 은은한 빛의 물그림자가 아롱거린다. 빛의 도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유달산(儒達山)의 본래 이름은 유달산(鍮達山)이다.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등 화산암으로 이뤄진 바위가 아침햇살에 젖어 놋쇠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228m 높이의 유달산 정상은 목포 시가지와 다도해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푸른 바다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포인트.

'빗자루 몽둥이만 들어도 명필이 나온다'는 남농 허건(1908∼1987)이 유달산에서 만나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놓쳤을 리 만무하다. 남농은 조선 헌종 때의 궁중화가인 소치 허유(허련으로 개명)의 손자로 한국 남종화의 거장. 실경과 향토적 정취를 화폭에 담아 '남농 산수'라는 독자적인 산수화 경지를 구축한 무대가 바로 유달산이었다.

그 유달산이 봄을 맞아 개나리꽃으로 단장했다. 유달산의 개나리꽃은 산을 한 바퀴 도는 약 7㎞ 길이의 순환도로를 노랗게 채색했다. 멀리서 보면 유달산이 노란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노란 꽃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난 개나리꽃이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풍경은 노란 치마를 입은 여인을 연상하게 한다.

순환도로 중 개나리꽃이 가장 멋스런 곳은 노적봉에서 조각공원에 이르는 2㎞ 구간. 유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순환도로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개나리꽃이 만개하고 도로 아래는 일제 때의 건물까지 남아있는 구시가지가 정겹게 펼쳐진다. 조각작품 104점이 전시된 조각공원은 개나리 산수유 벚나무 동백 등 다양한 봄꽃이 피고 지는 산속의 화원.

마을이나 집 울타리, 길섶을 노랗게 수놓은 개나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란다. 유치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이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동요부터 배울 정도로 친숙한 봄꽃이지만 정작 개나리는 공기나 물처럼 흔해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유달산 개나리꽃은 동요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장미를 닮은 화려한 겹동백꽃이 머리를 풀어 헤친 듯 치렁치렁 늘어진 개나리꽃과 어우러져 수수하면서도 농염한 여인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날의 이난영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마주보는 노적봉에서 유달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행로도 개나리꽃으로 뒤덮였다. 학을 기다린다는 뜻의 대학루와 목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달선각, 신익희 선생이 현판을 쓴 유선각 등 정자 옆에 뿌리를 내린 개나리꽃은 분위기 때문인지 고고한 기품마저 엿보인다.

개나리가 가장 개나리다운 곳은 고하도를 마주보는 유달산 자락의 마을들. 순환도로처럼 일부러 심지 않았지만 왕성한 생명력으로 마을 전체를 노랗게 수놓은 개나리꽃은 이해인 시인의 '개나리' 이미지를 연출한다.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목포는 빛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구시가지의 나트륨 가로등이 개나리꽃을 따다 흩뿌린 것처럼 노란 불을 밝히면 목포는 한 송이 야화로 거듭난다. 목포역과 유달산 사이의 루미나리에 거리는 밤길을 걷고 싶은 곳. 형형색색의 전구가 불을 밝힌 900m 길이의 터널은 산책하는 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밤마다 정상에 불을 밝히는 유달산은 등대요, 경관 가로등을 밝히는 고하도는 거대한 어선과 다름없다. 4㎞ 길이의 길쭉한 고하도가 어둠을 향해 불빛을 쏘아 보내고 부지런한 어선이 오색찬란한 물그림자를 가르며 항해하는 모습은 목포8경 가운데 으뜸.

신시가지인 하당의 인공폭포 야경도 화려하다. 삼학도를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색, 흰색의 LED 경관조명이 연출하는 황홀한 조명과 폭포수가 만나 환상의 물줄기를 만든다.

목포 최고의 야경은 영산강 하구둑에서 보는 시가지 전경. 오렌지색으로 물든 유달산 서쪽 하늘을 배경으로 신시가지와 항구가 불을 밝히면 바다에 떠있는 형상의 목포는 설레임에 밤을 하얗게 샌다.
[여행메모― 목포 ‘유달산’] 4월11일부터 봄맞이·도자기 축제 음식솜씨 겨루고 야간유람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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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과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착점인 목포는 다도해와 서남해안 관광의 출발점.

목포시는 개나리꽃과 동백꽃, 그리고 벚꽃이 만개하는 11일부터 13일까지 유달산과 갓바위 문화의 거리, 북항 회센터 일대에서 '유달산 봄맞이 축제 및 목포 도자기 축제'를 개최한다. 개나리 꽃길 걷기와 천자총통 발포 체험, 생활도자기 만들기, 활쏘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열린다. 목포 향토음식 경연대회와 북항 회 축제도 곁들여진다(목포시 관광기획과 061-270-8440).

목포 시대해운은 이달 중순부터 갓바위 달맞이공원 앞 해상 부잔교에서 삼학도∼여객선터미널∼대반도∼고하도∼학섬∼대불항∼영산호를 일주하는 야간유람선을 운항한다. 정원 203명의 스타마리너호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오후 8시와 오후 9시30분 출항. 요금은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6000원(061-278-7771).

홍탁삼합, 세발낙지, 민어회, 갈치조림, 꽃게무침은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 북항 회센터에는 생선회를 전문으로 하는 수십 개의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싱싱한 데다 값도 싼 편. 발이 가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세발 낙지와 연포탕은 독천식당(061-242-6528)이 맛있다. 목포의 북항과 하당 숙박지구엔 호텔을 비롯해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한국드림관광은 KTX로 떠나는 1박2일 일정의 '유달산 봄맞이 축제'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영암 월출산과 목포 유달산을 둘러본 후 유람선을 타고 다도해도 감상한다. 요금은 15만5000∼19만원. 부안 내소사 벚꽃과 고창 선운사 동백꽃, 그리고 목포 유달산 개나리꽃을 감상하는 1박2일 일정의 상품은 12만5000∼16만5000원. 각각 10일부터 12일까지 매일 출발(02-849-9013).

목포=글·사진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