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 |
[매거진 esc] 김어준이 만난 여자 이정희 민노당 대표 | |
1 그게 그러니까 방송법 직권상정 현장이 국회 생중계되던 날이었다. 뭐 이종격투, 예견되었던 상황인지라 담담하게 각종 기술의 완성도 감상에몰두하던 와중이었다. 음, 저쪽 조르기는 경동맥과 거리가 있군. 저래서 실신 되나. 이쪽 관절기 각도 어설퍼요. 요쪽 안다리 후리기는 제법이군. 그 와중이었다. 의장석 앞 발언대기석 부근에서 안경잡이 여성의원 하나가, 육덕 흰색 상의 여성의원에게 목덜미가 낚인다. 앗, 저것은, 국회 사상 최초여성 초크슬램이 시도되는 현장인가 하는 순간, 연보라 상의, 검은색 정장, 꽃무늬 상의 셋이 그래플링에 합류한다. 4 대 1. 반칙이다. 태그매치 상황이건만 안경은 터치할 동료가 없다. 로프 대신 의원석 다리 부여안고 버티다 겨드랑이, 양다리 동시 제압당해 본회의장 입구까지 사지 들려 속절없이 운반된다. 질질 끌려 나가던 안경의 막판 스탠딩, 흰색 상의의 헤드록 패대기로 끝장난다. 실신 KO. 내내 덤덤하던 나, 이 혼절 부감 샷에서 울컥한다. 이, 씨바.
그때부터다. 내가 그 애처로운 안경잡이, 이정희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그리고 그렇게 1년여 관찰 끝에 그가 좋아졌다. 그렇다. 난 그가 좋다. 왜. 안 되나. 이리 자백부터 해두는 건 그래야 공평하다 여겨서다. 그리고 그래서, 이번 인터뷰, 최대한 야박하게 했다. 다시 한번, 그래야 공평하니까. 좋다고 물렁한 건, 볼썽사나우니까.(아, 나는 변태인가.) 어쨌거나 그리하여 오늘 인터뷰 목표는 한 가지다. 이정희는 과연 내가 좋아할 만한 자인가. 그렇다. 내가 기준이다. 왜. 떫은가. 뭐 그러든가 말든가. 자, 가 보자.
2 앉자마자 인사치레 생략하고 숨도 고르기 전에 물었다. 헌정 사상 최연소 정당 대표인데, 과연 본인에게 그만한 자격이 있다 생각하느냐.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연다. “음… 처음엔 되게 무겁다 생각했어요. 과연 내 안에 무슨 힘이 있어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 마음을 다해 일하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사랑하겠다, 남을 비판하기 앞서 내가 먼저 일하겠다던 마음. 결국 그거 아닐까. 유세 다니다 혼자 있는 어떤 순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처음의 그 마음을 유지하면,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정말 궁금해서 물었던 건 아니다. 정치인 특유의, 제 인생에 자작 조명 때리는, 자기 연출의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었던 게다. 여기서 통상, 조국과 민족 따위 등장하고 난리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답, 심심하기 짝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만. 자, 이제 본격적으로 까칠해질 순서.
초심, 좋다. 근데 초심 잃지 않겠단 결의만으로 대표까지 해도 되는 건가. 나는 대표를 해도 돼, 왜냐면 난 이런 사람이니까. 그런 자신도 없으면서 대표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강기갑 대표님은 언론에선 굉장히 강경하고 막무가내인 것처럼 비치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언론이 만든 그 이미지를 뚫고 강기갑 대표님의 마음을 본다는 걸 느꼈어요. 어느 순간 번뜩하고.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아, 정치라는 것이 말만으로 이념만으로 되는 게 아니구나. 결국 사람이 하는 거구나. 그런 걸 깨달았죠. 그런데 제 안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게 어떤 건가. “사진 찍히려고 겉모습을 만들어 내지 않는구나, 이 사람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구나… 그런 게 전달이 된다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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