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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WE/또 하나의 기쁨과

[인터뷰] 이정희 민노당대표 "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by FELUCCA 2008 2010. 7. 29.

"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매거진 esc] 김어준이 만난 여자 이정희 민노당 대표
한겨레

 

 

» “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이정희 민노당 대표
1 그게 그러니까 방송법 직권상정 현장이 국회 생중계되던 날이었다. 뭐 이종격투, 예견되었던 상황인지라 담담하게 각종 기술의 완성도 감상에몰두하던 와중이었다. 음, 저쪽 조르기는 경동맥과 거리가 있군. 저래서 실신 되나. 이쪽 관절기 각도 어설퍼요. 요쪽 안다리 후리기는 제법이군. 그 와중이었다. 의장석 앞 발언대기석 부근에서 안경잡이 여성의원 하나가, 육덕 흰색 상의 여성의원에게 목덜미가 낚인다. 앗, 저것은, 국회 사상 최초여성 초크슬램이 시도되는 현장인가 하는 순간, 연보라 상의, 검은색 정장, 꽃무늬 상의 셋이 그래플링에 합류한다. 4 대 1. 반칙이다. 태그매치 상황이건만 안경은 터치할 동료가 없다. 로프 대신 의원석 다리 부여안고 버티다 겨드랑이, 양다리 동시 제압당해 본회의장 입구까지 사지 들려 속절없이 운반된다. 질질 끌려 나가던 안경의 막판 스탠딩, 흰색 상의의 헤드록 패대기로 끝장난다. 실신 KO. 내내 덤덤하던 나, 이 혼절 부감 샷에서 울컥한다. 이, 씨바.

 

 

» 김어준이 만난 여자

 

그때부터다. 내가 그 애처로운 안경잡이, 이정희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그리고 그렇게 1년여 관찰 끝에 그가 좋아졌다. 그렇다. 난 그가 좋다. 왜. 안 되나. 이리 자백부터 해두는 건 그래야 공평하다 여겨서다. 그리고 그래서, 이번 인터뷰, 최대한 야박하게 했다. 다시 한번, 그래야 공평하니까. 좋다고 물렁한 건, 볼썽사나우니까.(아, 나는 변태인가.) 어쨌거나 그리하여 오늘 인터뷰 목표는 한 가지다. 이정희는 과연 내가 좋아할 만한 자인가. 그렇다. 내가 기준이다. 왜. 떫은가. 뭐 그러든가 말든가. 자, 가 보자.

 

2 앉자마자 인사치레 생략하고 숨도 고르기 전에 물었다. 헌정 사상 최연소 정당 대표인데, 과연 본인에게 그만한 자격이 있다 생각하느냐.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연다.

“음… 처음엔 되게 무겁다 생각했어요. 과연 내 안에 무슨 힘이 있어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 마음을 다해 일하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사랑하겠다, 남을 비판하기 앞서 내가 먼저 일하겠다던 마음. 결국 그거 아닐까. 유세 다니다 혼자 있는 어떤 순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처음의 그 마음을 유지하면,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정말 궁금해서 물었던 건 아니다. 정치인 특유의, 제 인생에 자작 조명 때리는, 자기 연출의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었던 게다. 여기서 통상, 조국과 민족 따위 등장하고 난리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답, 심심하기 짝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만. 자, 이제 본격적으로 까칠해질 순서.

 

초심, 좋다. 근데 초심 잃지 않겠단 결의만으로 대표까지 해도 되는 건가. 나는 대표를 해도 돼, 왜냐면 난 이런 사람이니까. 그런 자신도 없으면서 대표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강기갑 대표님은 언론에선 굉장히 강경하고 막무가내인 것처럼 비치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언론이 만든 그 이미지를 뚫고 강기갑 대표님의 마음을 본다는 걸 느꼈어요. 어느 순간 번뜩하고.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아, 정치라는 것이 말만으로 이념만으로 되는 게 아니구나. 결국 사람이 하는 거구나. 그런 걸 깨달았죠. 그런데 제 안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게 어떤 건가.

“사진 찍히려고 겉모습을 만들어 내지 않는구나, 이 사람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구나… 그런 게 전달이 된다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 “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이정희 민노당 대표

마음 전달하고 교감하는 능력. 그거 교주들 능력인데.(폭소) 자기한테 그게 있다는 걸 깨닫는 특별한 사건이라도 있었나.

“음. 이건 제가 미안해서 이야기 안 했던 건데, 작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물도 음식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걸 지켜보는 게 굉장히 고통스럽더라고요. 누군가는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며칠을 그 앞에서 기다리면서 안에 계신 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그런데 그 문자를 보고 안에 계시던 분들이 많이 울었다고 하셨어요. 고맙다고. 해결하지 못한 게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반성이 되면서도, 그런 말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찌릿찌릿한 걸 느꼈어요.”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다는 건가.

“정치는 연출이 아니다. 정치는 결국 진심으로 하는 것이다. 약삭빠르고, 제 앞길만 찾고, 제 이익만 추구하고, 만날 거짓말하는, 그런 정치를 깰 수 있을 것 같다….”

 

박하게 되물었다. 좋다. 그런데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이었다. 당시 상황에선 분명 운동권이었는데 왜 그만두고 제 살길 갔나. 분명 졸업하고 쌍용차 현장 같은 곳 가는 선배들 있었을 텐데.

“무서워서 못 갔어요.(웃음) (어릴 적 단칸방 살다가) 연립주택의 생활, 안정된 삶,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들. 현장을 생각했을 때 그런 게 제 뒷덜미를 잡았어요. 겁이 났던 거죠.”

 

반성의 표정연출도 없다. 그냥 무방비로 실토한다. 이건 솔직한 게 아니다. 능력이다. 그래서, 더 까칠하게 나갔다.(역시 난 변태인가.) 그런데 본인과 다르게 계속 그 길 갔던 이들이 있다. 그들 제치고 당대표가 된 거다. 새치기 아닌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길 오신 분들이 계시죠. 그런 분은 제가 비례대표로 들어갔을 때 굉장히 낯설어하셨을 거 같아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나. 그런데 기다려주시고 또 받아주신 게 굉장히 고마웠어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미안함은 없었는가 말이다. 없음 말고.(폭소)

“음. 미안함… 생각해보니까 제가 거기 머무르는 사람이 아닌가 봐요. 그래서 그런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지 않나 봐요. 낯설어하셨을 거란 게 아마 미안한 감정이겠죠. 그런데 미안한 데 머물기보다 그래서 더 많이 물어봐야겠다, 더 많이 배워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일했어요.”

 

기왕 나선 거 끝까지 까칠하게. 서울 법대, 전국 수석, 학생회장, 사시 합격까지 경쟁에서 져본 적 없고 그래서 그만한 대우 항상 받다 보니 그런 데 익숙해져서, 좋은 게 주어지면 난 당연히 그런 자격 있다고 넙죽 받아들인 거 아닌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대표가 그렇게 좋은 직책인가요?(웃음) 의원직에 대해서 저는 귀중하게 써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쌍용차 때도 제가 만약 들어가면 입건될 거라 생각했어요. 의원직 상실할 수 있단 판단하고 추진했던 거였어요. 그런 마음이 민주노동당에는 일상화되어 있어요. 다른 정당과 전혀 다른 문화죠. 그런 게 내가 이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안 하게 되는 배경이었죠.”

 

으하하하. 브라보. 좋았어. 근데 왜 하필 민주노동당인가.

 

 

» “진보정당의 꿈인 대통령, 준비해야죠” 이정희 민노당 대표

“제가 법조인이 된 결정적 계기가 동두천에서 만난 한 여자아이예요. 그때 ‘주한미군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우리 사회의 구조다. 그런데 남북관계를 평화와 화해의 방법으로 풀지 않으면 주한미군 문제 안 풀린다. 그걸 풀려는 곳이 민주노동당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 분당이 되고 또 비난을 받는, 그 이유 때문에라도 나는 민주노동당을 선택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진보신당이라고 주한미군 문제 관심 없는 게 아니고, 어려움 따지자면 막 시작한 진보신당이 더 어렵다. 당세를 봐도 그렇고.

“진보신당 갈 마음은 없었어요. 이건 말씀드리기 좀 조심스럽지만, 종북주의란 용어를 우리끼리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럼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잘못 생각한 건 뭐냐.

“잘못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아요.”

 

그렇겠지. 본인은 예의 바르니까.(폭소)

“다만 아쉬움은 있어요. 단일화한다고 이기겠나, 저희라고 그런 생각 왜 안 했겠어요. 이렇게까지 우리가 희생해야 하나. 그런 생각 왜 안 했겠어요. 하지만 국민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가 미리 끊지 말자. 국민들이 우리에게 달성하도록 부여한 책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목표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면 나머지는 국민들이 한다. 진짜 될까 의심하며 국민들의 폭발력을 미리 재단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좋다. 그런데 대표라면 개인 성향 떠나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며 전략적 사고 해야 할 때 있을 거다. 그런 게 본인과 맞겠는가.

“제 생각은 그래요. 민주노동당이 협상을 굉장히 잘해서 많이 따오는 것, 그게 우리가 추구할 방식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협상력 없는 사람이라 보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이상으로,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현실에서 출발한다. 허풍과 과장, 술수의 정치를 버리되 협상이 성사되면 반드시 책임진다. 그러나 만약 정당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싸워서 이긴다.”

 

정당한 요구가 거부되면, 싸워서 이긴다는 건 이번 재보궐 경우 광주에 해당되나.

“그렇습니다.”

 

이후 선글라스 착용 여부부터 의상 구매처까지 총 3시간을 고문하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래서, 대통령 할 건가.

“진보정당의 꿈이죠. 포기할 수 없는. 준비해야죠.”

 

3 평생을 업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아무런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인으로 살아내는 자, 극히 드물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타고나야 한다. 이건 가르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게다가 그로 인한 비용을 감당해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더 어렵다. 그 획득의 노정은 대단한 분량의 용기와 그것이 그저 곤조에 머물지 않도록 성찰할 지성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타고났다고 모두 그리 살아내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노무현은 그 두 가지가 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대통령 노무현조차 자연인이었다. 그게 현실 정치인으로서 옳거나 바람직한 건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만나본 적도 없는 수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그리도 슬퍼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을 자연인으로 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끼고, 또 알았던 게다. 그게 연출 없이 살아내는 자의, 힘이다.

 

진보진영 누구도 거기 도달하지 못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권영길도 강기갑도 노회찬도 심상정도. 그들은 그들의 주장과 동일시되었다. 하나의 캐릭터였다. 안타깝게도. 그런데 이정희는 거기 근접한 최초의 진보 정치인이다. 사람이, 보인다. 내가 대놓고 그를 응원하는 이유다. 으라차차.

 

PS - 1년 전, 그를 혼절시킨 한나라당 여성 4인방은 비례대표 정옥임, 이은재, 김옥이, 그리고 수원시 권선구 정미경. 그들의 차기 낙선을, 바라 마지않는다. 어떠냐, 나의 뒤끝 작렬이. 약 오르지. 크하하하.

 

부록. 이정희의 한 줄 평.

이명박 - 고통스럽다.

정세균 - 상황과 한계 넘어야.

안상수 - 남 탓.

박근혜 - 생각 깊은.

나경원 - 넘어가죠.

유시민 - 언급했으나, 비보도 요구.

 

 

» 이정희 대표 프로필

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