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WE/또 하나의 기쁨과

[2008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6연패 “한국, 다른 별에서 온 팀”

by FELUCCA 2008 2008. 8. 11.

양궁 여자 단체전 6연패 “한국, 다른 별에서 온 팀”

    … 세계 적수가 없다

 

기사전송 2008-08-11 08:33 | 최종수정 2008-08-11 08:33   [중앙일보]

 

[중앙일보 장치혁.김경빈] 고수의 진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발휘됐다. 세계 최고의 궁사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팀에 악천후는 오히려 반가운 손님이었다. 10일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이 열린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경기장에는 준결승전부터 강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한국 응원단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 프랑스 선수들은 국제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4점과 5점을 한 차례씩 쏘았다. 하지만 주현정(26·현대모비스), 윤옥희(23·예천군청), 박성현(25·전북도청)이 출전한 한국은 단 한 번 7점을 쏘았을 뿐 평소와 다름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선 231점을 쏘아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과의 결승전은 더 수월했다. 한국은 1엔드부터 54-52로 앞서 나갔다. 중국의 둘째 사수로 나선 궈단이 7점과 8점을 쏜 반면, 첫발을 8점에 맞춘 박성현이 1엔드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명중시키면서 기선을 잡았다.


경기 중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문형철 여자양궁 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비가 내리면서 금메달을 확신했다. 날씨가 나쁠수록 잘 쏘는 팀이 이긴다”고 말했다. 국내 평가전에서 많은 악천후를 겪은 선수들이어서 믿고 맡겼다고 한다.

중국 관중의 비신사적인 행동도 한국의 우승을 빛나게 하는 조역에 불과했다. 관중들은 호루라기를 불거나 함성을 지르며 방해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그때마다 보란 듯이 10점을 명중시켰다. 한국에서 갖가지 상황을 상정해 충분히 훈련한 덕분이었다.

한국은 3엔드에 10점 과녁에 세 발이나 명중시키며 8점 차로 여유 있게 리드를 지켰다. 4엔드, 마지막 발을 남겨놓고 214-215로 1점만 더 쏘면 되는 상태에서 마지막 사수 박성현이 10점 과녁에 금빛 화살을 날려 224-215로 9점 차의 낙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포함해 6차례 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한 차례도 놓치지 않으며 6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여자 양궁팀의 중심엔 ‘얼음 여제(女帝)’ 박성현이 있었다. 책임이 막중한 3번 사수로 나선 그는 결승전에서 76점을 쏘아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휴식 시간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사선 위의 감독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날 금메달을 따낸 박성현은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관왕 2연패에 한발 다가섰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양궁 여자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박성현은 이번에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대기록에 개인전 우승을 남겨 놓고 있다. ‘신궁’ 김수녕도, 윤미진도 아직 못 가본 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박성현이기에 가능성은 높다.

박성현은 외국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하는 포커페이스는 상대 선수를 심리적으로 압도한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표정변화를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쓸 정도로 철저하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박성현은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올림픽 단체전을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선배들의 대를 잇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