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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WE/또 하나의 기쁨과

[2008올림픽] 끝까지 승부 안갯속…마지막 한발 ‘금과녁’ 꽂자 “와∼”

by FELUCCA 2008 2008. 8. 12.
끝까지 승부 안갯속…마지막 한발 ‘금과녁’ 꽂자 “와∼”
전반 12발중 10발 ‘텐!’ 앞서가다 후반 동점
최후의 3발 9-10-9점 짜릿한 우승 ‘활시위’
한겨레 홍석재 기자 권오상 기자
» 11일 양궁대표팀의 맏형 박경모(오른쪽)가 쏜 마지막 화살로 단체전 금메달이 확정되자 임동현(왼쪽)과 이창환이 손을 마주치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
“텐! 텐! 텐! 텐! 텐!” 임동현을 시작으로 첫 5발이 모두 10점 과녁 안에 꽂혔다. 세 번째 엔드에서 다시 3발이 연속 노란 원 안에 꽂히는 ‘퍼펙트 텐’. 전반 12발에서만 10점짜리 10발로 117점을 꽂았다. 이때부터 사실상 승부는 갈리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이 후반 첫 9발에서 82점으로 부진한 사이 이탈리아가 10점 7발 등 88점을 보태 마지막 엔드 3발을 남겨놓고 199-199 동점이 됐다. 팽팽한 승부는 마지막 한발로 판가름났다. 먼저 사대에 선 이탈리아의 마지막 주자 네스폴리 마우로의 화살이 7점에 해당하는 빨간색 부분에 꽂힌 것. 한국은 막내 임동현이 9점, 올림픽 새내기 이창환이 10점으로 균형을 맞춘 뒤 백전노장 박경모가 9점짜리 금과녁을 꽂아 227-225, 짜릿한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남자단체전 올림픽 3연패.

» 4엔드 6발 가운데 3발을 쏜 뒤 양팀은 199-199 동점을 이뤘다. 마지막 3발에서 한국은 9-10-9, 이탈리아는 9-10-7을 쏴 한국의 2점 차 승리로 끝났다.

 

 

하루 전 올림픽 6연패를 달성한 뒤 남자팀 응원에 나선 문형철 여자팀 감독은 “잘했다. 감동이다”라며 기뻐했고, 올림픽 2회연속 2관왕을 달성한 박성현도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랭킹라운드에선 박경모 4위, 임동현 8위, 이창환 10위로 다소 부진했지만 셋이 뭉치자 한국 대표팀은 단단해졌다. 막내 임동현이 앞에서 끌고, 맏형 박경모가 뒤를 바쳤다.

임동현은 베이징 출발을 앞두고 1년간 쓰던 활이 부러져 낯선 장비를 들고 경기에 나섰지만, 흔들리지 않고 빠른 타이밍으로 기선을 잡아나갔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창환은 전반 4발을 모두 10점에 꽂는 괴력을 발휘했고, 막판 역전 기회에서도 동점 10점을 뽑아내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박경모는 마지막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9점을 꽂아 노장 승부사 기질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임동현과 박경모는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목에 걸게 됐다.

 

» 양궁 남자단체전 4회 우승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여자대표팀을 정상으로 이끈 뒤 이번엔 남자대표팀을 우승시킨 장영술(48) 감독은 “훈련을 해오면서 정말 말도 못하게 어려웠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잘해준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상식 뒤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표적지를 떼 온 임동현 등 남자대표팀은 이틀 뒤 예선을 거쳐 14일 사상 첫 개인전 올림픽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남자 궁사’ 3인방 인터뷰

“연습때 상황 기억하자고 서로 다독인게 힘이 됐다”

 

“동점 상황에서 3발 연속 10점 쏴서 이긴 적도 있어요.”

피말리는 역전패 위기 앞에서 차분하던 이창환의 목소리가 경기 뒤엔 들떠 있었다.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극적인 동점 10점을 쐈으니 그럴 법도 했다.

11일 양궁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창환은 “올림픽에 처음 뛰니까 물론 긴장이 됐지만, 연습 때 상황을 기억하자고 서로 다독인 게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창환은 “매번 잘 쏠 수는 없지만, 매번 못 쏘는 것도 아닌데 이번엔 앞 경기에서 동료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나도 뒤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임동현도 극적인 우승의 힘을 조직력으로 꼽았다. 중국과의 준결승 경기 도중 극성스런 팬들의 뒤를 돌아보며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선배 박경모가 쏠 때 ‘조용히 해달라’는 뜻이었다. 임동현은 “선수들끼리 잘 화합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 입성 전부터 남은 개인전에 대해서도 “이번엔 꼭 따야하고, 그걸 내가 하고 싶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아왔다. 이날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임동현은 “단체전에서 계획대로 성적을 냈으니 개인전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차분하게 승리에 종지부를 찍은 박경모는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실전과 같이 훈련을 해왔다. 우리팀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8점 이상을 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강팀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이탈리아, 8년새 두번 ‘한국 벽’ 못넘고 눈물

 

8년 전과 선수는 달랐지만, 상대는 같은 나라였다. 이탈리아가 베이징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막판 집중력 부재로 우승메달을 놓쳐 단체전 금메달 꿈이 또 무산됐다. 2000 시드니대회 결승에서도 한국(오교문·장용호·김청태)에 247-255로 져 은메달에 그쳤던 악몽이 재현된 것이다. 게다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도 2위 한국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던 것까지 포함하면 이탈리아의 남자양궁은 올림픽에선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2엔드까지 117-111로 앞서 싱거운 결승전이 될 듯했던 승부가 3엔드에서 2점 차로 쫓겨 불안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첫 궁사 마르코 갈리아조의 활약 때문이었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남자 개인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이날 8번의 활시위 중 5번을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팀을 선봉에서 이끌었다. 동점까지 끌고간 이탈리아는 마지막 한발의 화살로 10점을 쏘면 우승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내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7점을 쏘며 주저앉고 말았다.

 

늘, 먼저 경기가 시작되는 여자양궁의 활약에 눌려 상대적으로 빛을 덜 받고 있는 남자양궁의 이번 우승은 역대 어느 결승전보다 가장 짜릿한 명승부였다. 중국과 준결승에서도 마지막 3발씩을 남겨놓고 2점 차로 쫓겨 심리적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에서 막판 마무리를 깔끔하게 처리해 3점 차의 결승진출을 일궈낸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우승이 없는 한국과 남자 단체우승이 없는 이탈리아의 희비가 묘하게 갈린 날이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출처] http://olympic.hani.co.kr/arti/ISSUE/39/3037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