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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WE/그리고 슬픈 일들

[한명숙] 아!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by FELUCCA 2008 2009. 12. 14.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2009/08/19 17:45 | Posted by 한명숙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당신은 목숨보다 국민이 더 소중한 분이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립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선생’을 잃은 우리들의 슬픔이 너무나 깊어 울음조차 허투루 나오지 않습니다.

아!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으실 대통령님.
당신께서 세상을 향해 들려주시던 단호한 외침과 그 맑고 환한 너털웃음을 이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김대중 선생님! 당신은 우리 마음속에, 제 마음속에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선생’ 이십니다. 국민을 향한 강한 사랑의 의지로 병마쯤은 훌훌 털고 일어나시어 다시 우리 곁으로 와 주실 줄 알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우리 곁에서 우리 모두의 ‘스승’이 되어 주시길, 정정(淨淨)한 말씀 몇 조각이라도 더 보태어 주시길 그렇게 소망했지만 당신께서는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국민이 불쌍하다”시며 흘리시던 눈물이 아직 우리들 마음속에 마르지 않고 있는데 어찌 이리 서둘러 가셨습니까?
밤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신다더니 당신께서 그렇게 걱정하시던 국민이 눈에 밟혀 차마 어떻게 눈을 감으셨단 말입니까?

당신께서 염원하시던 “자유가 들꽃같이 만발하고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아직 오직 않았습니다. 들판은 속박의 독초들로 메말라가고, 강물은 독선의 탁류로 더럽혀져 있습니다. 희망의 등불을 잃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우리들의 아픈 눈물이 이 땅위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평생을 고난과 박해의 멍에를 짊어지고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역사의 밭을 갈아오셨습니다. 불의가 판치던 이 땅에서 불의에 맞서 당당히 싸우신 당신은 진정 깨어 있고 행동하는 양심이었습니다.

독재자들은 당신을 겁박하고 회유하다 못해 죽이려고 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내 이 민족, 이 나라가 사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을 던져 죽음을 선택하실 때 마다 죽어가던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가 되살아났습니다. 당신은 목숨보다 국민이 더 소중한 분이셨습니다.

당신은 증오를 화해와 용서로 바꾸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내미신 화해의 손길이, 진정 국민을 사랑하는 그 뜨거운 단심이 당신을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단 한 번의 정치 보복도 없는 화해와 용서의 역사를 이 땅에 만드셨습니다. 당신은 증오를 사랑으로 녹여내는 가슴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당신께서 만드신 화해와 용서의 역사가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고 남북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런 당신께 세계는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수상식 날 당신은 그 모든 영광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통일을 위해 희생한 동지들과 국민께 돌렸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또한 당신은 언제나 사회에서 소외되고 아픔을 안고 사는 서민을 사랑했습니다. 가난한 자와 차별받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누구 보다 앞장 서 일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국민을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오셨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국민을 위해 싸우셨습니다. 당신의 그 열정이 씨알이 되어 대한민국 골골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 씨알이 지금 우리 가슴에 자라 희망을 위해 나아가는 나무의 새싹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더 이상 아파하지도 마십시오.

당신께서 그리 놓아주시기 힘들어 하셨던 노무현 대통령님과는 만나셨습니까? 먼저 가신 아우님이 형님을 반가이 맞아주시던가요? 대통령님,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눈물과 아픔을 잊고 평안히, 평안히 쉬십시오.

이제 우리가 대통령님을 대신하여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깨어있는 양심, 실천하는 양심으로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희망의 나무를 꽃 피우겠습니다.

그 나무 자라 이 땅에 민주주의와 평화가 만발하고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날...

당신께서 다시 오신 줄 알겠습니다.

   

                               한 명 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