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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그리고 슬픈 일들

[2010월드컵] 오심으로 얼룩진 월드컵, 이번엔 추악한 스포츠맨십 도마에

by FELUCCA 2008 2010. 7. 6.

[특파원수첩] 오심으로 얼룩진 월드컵, 이번엔 추악한 스포츠맨십 도마에
 2010-07-05 09:33    

 

 

                                                               [*주: 이 사진은 제가 편집한 사진임]
 
남아공월드컵은 '오심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골을 노골이라고 선언하고, 공격수가 최종 수비수의 1.5m 이상 앞서서 패스를 받았는데도 오프사이드 선언이 안됐다.

하지만 오심 논란에 이어 이번엔 추악한 스포츠맨십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과의 16강전에서 혼자 2골을 넣었던 공격수 수아레스는 8강전에서 후안무치의 극단을 보여줬다. 가나와의 8강전에서 수아레스는 연장 막판 골대 앞에서 손으로 골을 막았다. 수아레스는 퇴장당하고, 가나는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했고, 승부차기에서도 졌다. 결국 정의가 무릎을 꿇었고, 우루과이는 4강에 진출했다. 수아레스는 경기 뒤 "나는 2010년판 신의 손이다. 나로 인해 조국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남아공 언론들은 아프리카 대륙 유일의 8강팀이었던 가나의 꿈을 망친 수아레스의 손을 두고 '악마의 손'이라며 이를 갈았다. 적어도 지난 4년을 준비해온 가나, 아니 아프리카 사람들의 땀을 떠올린다면 수아레스는 '얼떨결에 볼을 손으로 쳤다. 가나에는 미안하다'는 최소한의 사과성 코멘트라도 했어야 옳다.

 

어디 이뿐인가. 이번 월드컵에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심판을 속이는 '치팅(cheating)', 일명 할리우드 액션이 난무하고 있다. 과도한 몸 연기로 심판을 속여 상대에게 옐로 카드나 레드 카드를 주게 만든다. 하지만 심판은 속일지언정 팬들은 속일 수 없다. 남아공월드컵 경기장에는 30대가 넘는 카메라가 투입돼 있다.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을 따라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도 있다.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느린 화면으로 자세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그들의 몸개그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데로시는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 토니 스미스에게 걸려 넘어지는 포즈를 취해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이는 과장됐다. 브라질의 카카는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에서 종료 1분을 남기고 코트디부아르 케이타와 부딪힌 뒤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하지만 진짜 퇴장감은 상대편인 케이타였다. 그는 카카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얼굴을 감싸고 넘어졌다.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퍼드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는데도 볼을 잡고 속공으로 연결하는 척 전방으로 볼을 날렸다. 노이어의 행동 때문에 주심은 헷갈렸고, 세기의 오심을 저질렀다.

 

스페인-포르투갈의 16강전에서도 후반 44분 포르투갈 히카르두 코스타가 스페인의 호안 캅데빌라를 팔꿈치로 때렸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는데 자세히 보면 오히려 과장 액션에 당한 피해자였다. 연기 잘한 캅데빌라는 4강전에 출전하는데 코스타는 이미 짐을 쌌다.

 

FIFA는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를 늘 하지만 축구규정 140페이지 어디에도 '치팅'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의는 어디에 있나. 팬들은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라는 월드컵에서 속고 속이는 지긋지긋한 장면이 속출하는 것에 분개한다.

 

< 케이프타운(남아공)=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트위터@paga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