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매월리 이야기
WE/그리고 슬픈 일들

[사설] 종교인들까지 나서는 상황 엄중히 받아들여야

by FELUCCA 2008 2008. 7. 2.
[사설] 종교인들까지 나서는 상황 엄중히 받아들여야
사설
한겨레
그들은 힘들었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두 달 가까이 아스팔트 위에서 밤마다 간절히 호소했고, 소리 높여 외쳤다. 설마 대통령이 이 호소를 외면하리라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향도 없었다. 그들은 슬펐다. 우리 아이들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한 호소였고,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호소였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배후에 대한 의심과 공권력의 협박뿐이었다.

그들은 외로웠다. 돌아보면 전경의 방패와 수구언론의 왜곡과 일부 대형 교회의 빨갱이 매도와 극우집단의 욕설뿐이었다. 그들이 물리력을 썼다면 그것은 가로막힌 벽에 틈을 내려는 것이었고, 공권력의 무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법 폭력, 좌경 반미, 정체성 파괴 세력이라는 비난만 돌아왔다.

엊그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깊고 넓은 울림을 준 것은, 의를 위해 당하는 이들의 핍박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있었느냐며 던진 따듯한 위로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촛불은 본래의 평화와 기쁨으로 타올랐고, 헌신과 사랑으로 어둠을 밝혔다.

공권력은 당황했다. 그들이 자랑하던 군홧발과 몽둥이, 방패, 물대포, 구속영장 따위는 머쓱해졌다. 그들은 권력이 일제히 퍼부은 협박과 이간책과 색깔 씌우기가 촛불을 고립시킬 줄 알았다. 그러나 촛불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저한 평화의 대오를 이뤘으니, 이제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시대의 어둠을 밝혀 왔던 양심적 종교인들이 다시 전면에 나선다. 사제단에 이어 개신교 목회자와 불교 승려들이 기도회 혹은 시국법회를 잇달아 연다. 그동안 한 발짝 물러서 침묵의 기도로써 대통령의 교만을 개탄하고 참회를 기도했던 이들이다. 지금의 쇠고기 사태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것. 광우병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한 결과 발생했고, 소수의 통상 이익에 눈먼 정부는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낳았다. 탐욕을 씻어내 죄와 고통으로 구원한다는 종교적 성사와 직결된 문제다.

믿음과 신앙의 대상은 다를지라도,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를 태워 세상을 밝히겠다는 서원은 촛불 시민의 염원과 상통한다. 정부는 종교인들의 이런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과 함께하기 바란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2964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