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이 부른 정체성 위기 / 주종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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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정부의 관련 장관들은 대국민 성명에서 촛불집회가 폭력화했고 정부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최루액을 사용해서라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행 헌법을 위반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따라서 이 정부가 과연 ‘정체성’을 주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어떤 점에서 헌법을 위반했는가? 그것을 다음에 열거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주권과 금도를 지킬 의지가 부족했다. 그는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끈한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쇠고기 협상에서 한국이 대폭 양보하도록 한국 협상단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이런 비굴한 대미외교 자세는 당연히 탄핵의 대상일 수 있다.
둘째, 이런 이명박 정부의 모호한 민족 정체성은 대일 외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정부가 일본에 파견한 권철현 대사는 부임하자마자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함과 아울러 주일대사관 누리집에서 ‘독도’ 관련 사항을 삭제했다. 일본 정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발간될 자국의 중·고교 역사·지리 교과서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명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이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는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졸렬한 외교적 실책임이 분명했다. 이 또한 이명박 정부의 불투명한 민족 정체성이 가져온 결과로서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이 정부가 뉴라이트 세력들이 펴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반민족적·반민주적 역사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과서의 내용을 극구 찬양한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며, 이 교과서를 낸 중심인물이 집권 여당의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이들의 역사관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헌법 전문의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넷째, 현행 헌법 전문에는 민족의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명문이 있다. 그럼에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이 애써 가꾸어 놓은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성명 등에 역행하는 정책에 매달렸다. 이는 현행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평화통일의 대원칙에 역행한 것으로서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섯째로 각종 공직에 대한 임기 보장 제도를 무시하고 측근 인사들을 임명하고자 임기 만료 전에 권력을 남용하여 사퇴를 압박했다. 이 또한 탄핵 대상이다.
여섯째, 민주 사회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범했다. 임기가 끝나지 않은 <한국방송> 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심한 압력을 행사한 것은 그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일곱째, 현행 헌법에 규정된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원칙을 훼손하는 재벌 위주의 정책들과 도·농 격차 확대, 그리고 중소기업의 상대적 위축을 가져올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96443.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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