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의 골프칼럼 [의료종합지 연제-03년 1월호]
Golf Club
김한성의 골프칼럼
제8편 핸디캡
골프의 즐거움 중에는 경기하는 재미, 경기 후 샤워의 맛 그리고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함께, 먹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나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같은 차를 타고 오고 가며 나누는 동료들과의 골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특히 골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차안에서 내기에 대한 방법을 놓고 서로 샅바(?)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핸디캡 싸움을 하는 것인데, 문제는 누군가의 고무줄(?) 핸디캡 때문에 좀처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말 그대로 어울리는 사람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핸디캡을 적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물며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혹은 몇 달간 쉬었으니 또는 누구한테 몇 점을 받았으니 하면서 서로 아우성인 경우를 많이 보아온 것이다. 골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의 한 가지일 것이다.
언젠가 나는 고교 동창생들과 졸업 후 처음으로 동반 라운드를 제의 받고 망설이다가 제의에 응한 적이 있다. 몇 년간 사정이 있어 골프채를 놓고 지내던 중이어서 그랬던 것이다. 게임에서 예전과 같은 핸디캡을 고수하고 경기를 하였고 결국 지고 말았다. 그러나 경기 후에 친구는 나에게 ‘핸디캡을 예전대로 놓을 때 이미 한 수 위였다’ 라는 말과 함께 잘 배웠다고 하여 흐뭇한 친구의 정을 느낀 적이 있다. 핸디캡은 누구와 어디에서 플레이하던지 일정하게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고, 손해본 듯 놓으면 오히려 목표가 생겨 집중력이 좋아지고,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골프 칼럼리스트인 최영정씨의 책 중에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면, 골프에서 핸디캡에 관계된 확실한 자료는 없다고 한다. 핸디캡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초기의 골프에서는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매치 플레이였고 그래서 잘치는 사람과 못치는 사람, 늙은이와 젊은이의 경우 능력 차를 좁혀야만 게임이 성립되었기 때문에 생겼다고 하며 그 때 오즈(odds), 마진(margin)등 용어를 썼다는 것이다. 하수는 고수보다 앞에 나가서 티샷 하는 방법이 최초의 핸디캡이었고, 오늘날의 프런트 티와 백 티가 그 잔재였다고 한다.
또한, 고수의 클럽 수를 줄여 쓰도록 하고 하수가 고수에게 클럽의 종류까지 지정하기도 했으며, 칠 때마다 클럽을 지정하여 엉뚱한 클럽을 쓰게 하여 우열의 차를 메우려 했던 것이라 한다.
그 다음으로 고안된 것이 비스크(Bisque)로서 상대가 원하는 홀에서 몇 타를 가산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다 1759년 스트로크 플레이가 채택되면서 그로스 스코어에서 네트 스코어를 뺀 숫자로 능력을 평가했던 것이다.
근대적인 핸디캡제도는 1892년 영국인 휴 로서햄이 각 홀마다 기준타수 보기(지금의 파)를 고안해내 각자의 핸디캡이 각 골프클럽에 부여되었고, 비로소 기준 타수 ‘파’가 규칙서에 오른 것은 1956년인 것이다. 다른 해석을 보면 스코틀랜드에서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나서 계산을 할 때 ‘Hand In A Cap’하면서 능력에 맞게 돈을 모자에 넣었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핸디캡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동료들 역시 믿어주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고무줄 핸디캡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무줄 핸디캐퍼를 이기는 방법 한가지를 소개하겠다. 고무줄 핸디캐퍼에게는 퍼팅에 대한 칭찬은 절대 하지 말 것이며, 드라이브 샷은 철저히 구체적으로 칭찬해라. 예를 들어 다운스윙 때 오른 무릎의 리드가 너무 좋다고 말이다. 두세 홀 후에 그 친구의 볼은 OB너머로 훌쩍 넘어갈 것이다. 온통 그 무릎에만 신경 쓸 테니 말이다. 그것 역시 골프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필자는 전라남도치과의사회장이며 전남골프협회이사(핸디캡 6)
목포 김한성치과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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