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칼럼] 아무리 돈이 제일이라지만 … | |
김선주칼럼 | |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혼 10년차 남편들에게 아내가 사랑스러운 때가 언제냐고 질문을 했더니 대다수가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웃다가 갑자기 마음이 써늘해졌다. 1등이 ‘아내가 재테크를 잘했을 때’라고 나온 것이다. 아내는 사랑스럽지 않은데 돈은 사랑스럽다는 것이군. 저녁 때 남편에게 물었다. 정말 그런가 …. 밥을 먹던 남편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당근이지 했다.
아마도 그것은 진실일 것이다. 서민들의 마음을, 살기 팍팍한 현실을 대변한 솔직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노엄 촘스키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시장경제 만능주의 아래에서는 결국 돈이 한군데로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행복이 모이게끔 사회구조가 짜여 있다. 돈이 없으면 결코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 여간한 강심장과 결단력이 아니면 돈을 외면하고 살기 어렵다.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 더 공기 좋은 곳에 살기 위해서, 한우 쇠고기만 안심하고 먹기 위해서, 유기농 채소만 먹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100g당 2만원짜리 한우를 만들기 위해서 쓰이는 사료와 자원의 낭비, 3천만원짜리 모피코트를 만들기 위해서 파괴되고 오염되는 환경에 대해 각 개인에게 도덕심 운운하며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내가 모든 것을 누리고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을 하기 때문에 전체를 보라고 개인에게 강요하기는 어렵다.
예언자에게 가장 비참한 사태는 예언이 빗나가는 것이다. 그 다음 비참한 사태는 예언이 적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불길한 예언은 예언자에겐 안 된 일이지만 빗나가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예언까지는 안 가더라도 불길한 예측이 적중하는 것을 보면 비참하다.
지난번 대선 때 존경하는 건축가 한 분이 이명박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절대로 경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들은 제 닭이 잡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5년 뒤에 빈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1970, 80년대의 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두 가지의 예감은 집권 6개월이 지나서 벌써 들어맞아 가고 있다.
노는 없고 사만 있는 기업정책, 부동산 세제의 손질, 남북 문제에서 과거로의 회귀, 사회갈등을 공권력에 기대 해소하려는 것, 검찰의 정권 시녀화 등 옛날 영화를 틀고 있는 것만 같다. 보수언론들은 밀어붙여라 밀어붙여라며 대통령의 무능을 질타하고 공권력을 이용하라고 부추긴다. 똑같은 나라에 태어나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역사적 체험을 하고도 역사를 반면교사 삼지 못하고 되풀이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잘 양립시키려면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부와 행복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오로지 부자들만 행복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펴면서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환상을 주는 그런 정책은 거짓말이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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